글쟁이의 서재/시인의 책상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아무튼쓰기 2015. 4. 30. 00:03

비가 차창을 뚫어버릴 듯 퍼붓는다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다

윈도브러시는 물을 흡수하는게 아니라 밀어내고 있으므로

그 물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저렇게 밀려났던 아우성 그리고 아직 건너오지 못한 사람

이따금 이렇게 퍼붓듯 비 오실 때

남아서 남아서

막무가내가 된다.

 

많은 물/이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