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봉사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새롭게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6일부터 출근이라 마치 대기발령을 받은 기분으로 5일간을 후회없이 보내기로 생각하고
시간나면 꼭 하려고 했었던 유기동물 봉사활동을 알아보기로 했다.
유기동물 봉사활동의 경우엔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도 정보가 많지 않길래
다산콜센터에 문의해서 구청의 관련 부서로 연락해보았는데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동물병원에서 유기견, 유기묘들을 거둬서 돌봐주고 무료분양까지 해주고 있었고 그 곳에 전화로 문의해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부푼 마음을 안고 들어선 동물병원.
그런데 생각치 못한 코를 찌르는 냄새가 진동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맡기 힘든 냄새가 나서 정말 힘들었다. 세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코가 적응이 되어서 냄새가 더이상 나지 않았는데 아 정말 처음 맡아본 냄새 ㅜㅜ
그렇게 냄새에 적응하지 못한 채로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의 똥, 오줌, 똥+오줌을 치웠다.
땀 뻘뻘 흘리면서 냄새를 참아가며 다 치우고 생후 2개월도 안 된 고양이, 초롱이에게 초유를 먹였다. 이 고양이는 정말 너무 이쁜 눈을 가진 아이였다. 그런데 한 쪽 눈에 결막염이 왔고 간지러워서 계속 긁는 바람에 실명이 되었고 안구적출을 해야할 정도로 눈이 부은 채로 튀어나왔다.
초롱이에게 초유를 먹이고 안아서 쓰다듬어 주는 동안 초롱이가 그 조그만 몸으로 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모습, 인큐베이터 안에 있기 싫어서 밖으로 계속 나오려는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입으로 들어오는 초유를 굶주린 듯 먹고, 그 조그만 몸을 쓰다듬어 주면 기분이 좋아져서인지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너무 애잔했다.
유기견만을 생각하고 갔었는데 초롱이를 만나고는 초롱이한테 유독 마음이 갔다.
그래서 다른 강아지들에게 미안했지만 밥과 물을 챙겨주고 똥오줌을 치워주고 잠깐씩 철장에서 나와서 걷도록 하는 것 외에는 초롱이하고 놀아주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가니 초롱이가 인큐베이터실에 없었다. 사정을 여쭤보니 초롱이가 심하게 혈변을 했고 그 혈변이 온 몸에 범벅이 된 채로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고 하셨다..
안 좋은 신호라고 했다. 선생님도 죽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셨다.
그런 연유로 그걸 보다 못한 구조자 언니가 초롱이를 절로 데려간 것이었다. 죽어도 거기서 죽는게 낫다고..
유기동물에 대한 현실은 정말 열악하다. 비참하고 참혹하다.
사람들은 좋은 마음으로 유기동물을 구조하지만 구조한 뒤의 관리나 지속적인 보살핌은 생각하지 못한다. 나 역시 그랬지만 이번 봉사를 통해 유기동물에게 가장 중요한건 구조된 뒤의 관리와 지속적인 보살핌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그게 없는게 현실이고 그런 현실 속에서 어린 아이들의 많은 수가 죽기 때문이다.
세상엔 말도 안되게 슬픈 일이 너무나 많고
말도 안되게 죽어가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 세상은 왜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슬프고 화나는 일 투성이일까.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은 세상을 두고 하는 말임을 느낀다.
유기동물봉사를 하면서 많은 걸 느꼈지만 가장 컸던 건 유기동물봉사는 유기동물을 돕는 근본적인 일은 아니라는 거다. 고작 밥과 물을 주고 똥오줌을 치워주는 정도인거지 밥과 물을 사주지 못하고 그곳에서 나오게 도와주지 못하는거라면 보살펴주는 것도 마음을 주는 것도 괜한 희망을 주는거에 지나지 못한다.. 그래서 내 자신의 무력함을 크게 느꼈다..
결국은 유기동물이 나오지 않게 하는것 사람들이 쉽게쉽게 동물을 키우고 버리지 못하게 하는것이 중요함을 느낀다. 사람과는 달리 애완동물들은 버려지면 제 스스로 살아가지를 못한다. 길에서 지내는 것도 사람들이 보기에 불편함을 느끼다는 이유로 혹은 구조해줘야겠다는 선한 마음으로 인해 허용되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살아가는게 어쩌면 더 나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결국은 유기동물센터로 보내지게 되고 안락사 혹은 방치사를 겪는다.
내가 있던 곳은 분양이 잘 되는 곳이어서 다행이었지만 유기동물의 개체수 대비 분양률은 턱없이 모자라다.
그러니 제발 버리지 말아주세요. 주인밖에 모르는 아이들을 버리는건 정말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닙니다. 자신을 버리고, 철장에 가두고, 밥과 물을 안 줘서 굶게 만드는 못할 짓하는 사람들인데도 사람을 미워하지 못하는 아이들입니다. 짖다가도 이내 경계를 풀고 꼬리를 흔들며 혀로 얼굴을 핥아대는 아이들입니다. 자신들한테 아픔을 줘도 무는 것 한번 못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러니 제발 버리지 말아주세요..
유기동물을 돌봐주시지 않아도 되니 자기 애완동물은 끝까지 책임져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