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쟁이의 데스크

2015/11/12(목) 앵커브리핑

아무튼쓰기 2015. 11. 13. 01:10

http://bit.ly/1QkcuOD


1990년 2월 14일 우주를 떠돌던 탐사선 보이저 1호는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 반짝이는 작은 점이 찍힌 사진 한 장을 지구로 전송합니다. 그것은 자신이 떠나온 고향, 지구였습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 모습을 Pale blue dot '창백한 푸른 점'이라 표현했습니다.

사진 속 지구는 외로워 보입니다.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 안에서, 희미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조금만 가까이 당겨본다면 그 창백한 푸른 점 안에서는 오늘 참으로 많은 일들이 진행됐습니다.

맑고 투명한 날씨였습니다. 가시거리는 길었고 기온은 포근했죠. 하지만 오늘은 수험생 63만 1187명이 일제히 시험을 치른 날.


가족과 지인과 선생님은 마음을 졸였을 것이고, 대학이란 틀을 거부하고 시험을 치르지 않기로 결정한 많은 동갑내기 젊음들은 누구보다도 복잡한 심경으로 거리에 나섰을 겁니다.


그리고 그 날 2014년 4월 16일 그 일이 없었다면 오늘 시험장에 있었을 250명의 아이들까지. 어쩌면 우리는 모두 넓은 은하계 한 구석, 희미하게 웅크린 창백한 푸른 점 하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희미한 점은 그저 보잘 것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질량을, 한없는 밀도를,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곳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희미한 시간을 버텨낸 이들은 이런 응원의 말을 건넵니다.


"웅크린 사람은...뛰려는 사람이다" 급한 건 세상만으로 충분하다고, 그저 성실하게 주름을 만들듯, 천천히 내 속도로 그렇게 가라고 말입니다.

원래 지구와 같은 행성을 뜻하는 단어 'planet'은 그리스어의 '헤매는 사람'에서 연유한다고 합니다. 전부인 것만 같은 오늘은 태양빛 속에서 부유하면서 헤매며 떠도는 지구처럼 광활한 시간 속에 담긴 하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고생하며, 헤매며 달려왔을 아이들에게나 혹은 어른들에게나 당신에게 관대한 오늘밤이 되길 바라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사랑해요 뉴스룸
사랑해요 앵커브리핑

이렇게 좋은 뉴스를 보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