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피디수첩을 보았다. 짤짤이 순례길이라는 연상 안되는 제목에 흥미가 생겨서, 그리고 노인빈곤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봤는데 정말 이 나라에서 살기 싫어졌다. 우리나라에서 나이들기가 무서워졌다..

오프닝멘트: 100세 시대. 여러분이 생각하는 노년의 삶은 어떤 모습입니까? 축복일까요? 아니면 재앙일까요? 올 3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2명 중 1명이 가난에 직면해 있다고 합니다. 장수의 기쁨보다는 생존의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생계가 어려운 노인들 사이에 짤짤이 순례길이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동전 하나를 모으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거리로 나서는 노인들. 그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오프닝멘트부터 마음이 무거웠는데 방송이 시작되자 무겁다 못해 내려앉는 마음..

짤짤이 순례길이라는 건 성당이나 교회에서 노인들에게 나눠주는 500원 동전 혹은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받기 위해 순례하듯 돌아다니는 걸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 돈으로는 과자 하나 사 먹을 수 없는 요즘 물가를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팠다.

자식이 있지만 빚으로 힘들기에 하루에 2천원, 3천원을 벌려고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는 할머니.

일흔일곱까지 청소 일을 하신 80세 할아버지. 한달에 5만원만 주더라도 새벽부터 밤 10시까지 청소든 뭐든 아무거나 다 하겠다고 하신다.

나래이션: 자식들 키우며 사는게 빠듯해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노인들. 형편이 어려운 자식에게 기댈 수도 없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매일 성당, 교회를 순례하고 있는 것이다.

돈 뿐만 아니라 무료로 식사가 제공되는 곳, 식사가 아니라도 삶은 계란이나 음료가 제공되는 곳 역시 순례지였다.

노인들에게 거수로 물어본 결과 한겨울에도 보일러를 켜는 노인은 불과 몇 명. 생활고로 낙심해서 자살을 생각해 본 사람은 수두룩했다.

9년 동안 두 끼를 굶고 한 끼를 라면만 드셨던 분도 계셨다. 그런 분에게 천원도 정말 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천 원씩 나눠주고 있다는 교회 목사님..

나래이션: 이 날 고영심 할머니가 열시간 넘게 성당과 교회 5군데를 다니며 받은 건 무료점심과 간식, 그리고 비누 하나. 모은 돈은 고작 4000원 밖에 되지 않는다.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노인들도 많았다. 몸이 힘들어 폐지 줍는 걸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일하지 않으면 밥조차 먹을 수 없는 현실..

자신의 몸무게보다 많은 파지나 고물을 주워도 1kg에 80-120원이 고작..한달동안 하루종일 고물을 주워 팔아도 10만원 벌기도 쉽지 않다..기초연금을 포함한 각종 연금을 받아도 다달이 들어가는 최소한의 약값, 식비를 제하면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

 

1. 우리나라 노인 절대 빈곤율은 35.6%. 3집 중 1집 꼴

2. 중위소득의 50%이하인 상대 빈곤율은 OECD회원국 중 압도적 1위

3. 1988년 처음 도입된 국민연금. 65세 이상 인구 중 연금수령자는 34.8%에 불과. 저임금의 직장에서 일했거나 자영업자들은 연금수령을 받을 수 없는 구조

4. 현재 근로세대 중에서도 연금보험료를 안정적으로 지불해서 노후에 충분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층이 많지 않은게 더 심각한 문제. 그런데도 이 나라는 비정규직과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지..

중간멘트: 취재를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바라는 게 뭐냐는 질문에 많은 노인들이 생활이 힘들어 빨리 죽고 싶다고 대답했다는 사실입니다. 생활고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들의 비극적인 현실을 취재했습니다.

수급비로 생활해 왔던 할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뇌종양이 재발했는데 수술비와 병원비, 간병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자식에게 짐이 되기가 싫어서..

나래이션: 뇌종양이 재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할아버지. 병원비도 문제인데다 암투병까지 하게 되면 누군가 간병까지 해야하는 상황. 할아버지는 치료조차 시작하지 않고 암을 진단받은 지 열흘 후 가난해서 미안하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인터뷰가 참 마음이 아팠다....내가 내 자식에게 평생 살아가면서 득도 못 되었고 이제는 내 몸 하나로 폐를 끼치게 되었으니 내가 그 폐는 최소화하고 싶단 의미로 그냥 의식이 있을 떄 내가 죽음을 선택하겠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10.6명의 노인이 목숨을 끊고 있다.

나래이션: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노인 10명 중 1명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이 중 12.5%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자살을 생각한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높다.

빈곤은 우울을 몰고 오고 우울은 자살을 몰고 온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타살이다. 노년기 빈곤의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고 사회가 전적으로 개입해야 할 문제인데 사회의 개입이 더 있어야 할 부분에 사회적 개입이 덜 들어간다면 그건 우울이나 죽음을 방조하는 꼴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방송에 나온 많은 노인들은 자신의 팔자 탓을 하지만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탓이고, 노인빈곤은 현재의 근로세대에게도 찾아올 문제다...정말 무섭다 이 나라에서 나이를 먹어간다는게....

나래이션: 우리나라 노인 자살율은 10만명 당 81.8명. OECD 1위로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약 5배나 높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나이가 들수록 자살율이 감소하거나 일정한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자살율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것이다.

결론은 이거

우리 나라는 열심히 일하고 나이 먹어서 먹고살 게 없어서 자살하고 생을 마치는 사람이 많다. 또 자살을 안하더라도 그런 고통을 받고 사는 사람이 노인 인구의 반이 된다.

엔딩 멘트: 국제노인인권단체에서 발표한 세계노인복지지표에 의하면 한국의 노인복지지수는 96개 나라 중 50위입니다. 경제규모에 비하면 부끄러운 결과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2025년도에는 노인인구가 천만명에 이를거라는 전망입니다. 현재 노인들의 모습이 미래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정말 심각하다...이 나라....비록 크게 성공한 인생은 아니더라도 젊었을 땐 성실히 일했고, 그렇게 번 돈으로 넉넉하게는 아니더라도 자식들 뒷바라지하며 다 키워내신 분들에게 주어진 현실이 너무 잔인하고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것 같다..100세 시대가 오는게 더 고통인 이 나라..얼마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젊은 시절 대기업의 간부로 일해 억대연봉을 받았지만 자식들 해외유학 보내느라 노후대비자금을 마련하지 못했고, 자식마저 취업이 안돼서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이렇듯 노인빈곤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볼 수 없다.

  노인빈곤은 역대 최고의 청년실업율, 국민연금의 제도적 문제, 기초연금이나 저소득층지원금의 사각지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사회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노년기 빈곤의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와 그것에 동조하여 개인만을 탓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화가 난다. 노인빈곤은 단순히 개인의 노후대비 노력부족, 능력부족으로 귀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노인복지제도나 연금제도의 문제, 국가의 개인 부양 의무는 고려하지 않고 그저 개인의 무능력으로 불성실으로 몰아붙이는건 너무나 답답한 소리이다. 설혹 개인의 탓이 있다 하더라도 개인의 최저생계를 유지하도록 돕는건 사회가 할 당연한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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