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32610&mid=28882
서로가 자신의 아픔과 상처에 골몰하지 않고,
서로의 상처에 골몰했고, 서로를 위했기에 가능해진 이야기.
작은 바닷마을 카마쿠라(이 영화의 배경이자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이 된 곳으로 도쿄에서 50km거리)에는 사치, 요시노, 치카 세 자매가 살고 있다. 서로가 부모이자 자매인 이들 세 자매에게 15년 전 바람이 나서 집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가 들리면서 이복 여동생 스즈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간 그 곳에서 만난 스즈는 어른스럽고 착한 아이. 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혼자서 돌봤던 아이. 사치는 자신들의 몫까지 다 해준 스즈에게, 이제 가족이라곤 의붓어머니밖에 없는 스즈에게, 같이 살자고 제안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같이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제안이 무모하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만큼(스즈를 얼마나 봤다고...) 같이 살면서 많은 갈등을 겪을 거라고 생각했다. 피가 섞였다고 해도 남이나 다름없이 지내왔으니까. 그래서 이들이 서로 크고 작은 갈등을 겪어나가는 한편,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기에 어쩔수없는 정이 조금씩 들어가고, 마음이 열리게 되고, 결국 서로 간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그런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갈등도, 벽도 처음부터 없이 시작한다.
그렇기에 갈등이나 서로에게 세워진 벽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이 아니라, 한 상에 둘러 앉아 먹는 집밥, 서로 나누는 대화, 마당에 심어진 매실나무에서 스즈가 딴 매실로 담구는 매실주 등을 통해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마치 오래된 가족처럼 서로에 대해 많은 걸 알아가고, 추억을 만들어나가면서 어느새 가족이 되어버린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은 이 영화로 처음 접하는 거지만 이 점에서 연출력이 정말 뛰어나다고 느꼈다.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점이 바로 그 점이었다. 그래서 어떤게 진짜 가족인지, 어떤게 진짜 집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또 서로가 자신의 아픔보다 언니 혹은 동생의 아픔을 생각하는 모습도 정말 좋았다. 다들 짐을 안고 살아간다지만 자신의 짐이 더 무겁게 느껴지기 마련이고, 다들 아픔이 있다지만 자신의 아픔을 더 아파하기 마련인데 이 네 자매는 그렇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서로가 서로를 아파했다. 자신을 연민하지 않았고, 서로에게 미안해했다. 현대사회에서 보기 힘든 모습인만큼 너무 보기 좋았다.
우리, 함께 산다는 것
우리, 가족이 된다는 것
우리, 사랑한다는 것
우리, 영원하다는 것
영화 팜플렛에 적혀있던 문구다. 이 네 자매가 영원히 한 집에 살진 않겠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집'임은 영원할 것 같다.
이 영화의 원작만화가 일본에서 2013년 만화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사실 원작소설이나 만화가 있으면 다 읽어보는 편이다. (영화보다 원작이 더 낫다고 느낄 때도 많고) 하지만 이 영화만은 보고 싶지가 않다. 머릿속에 담아둔 영상도, 배우들의 연기도, 집에서의 일상적인 풍경도, 혹시라도 변하게 될까봐 겁이 날 정도로 좋았으므로ㅎㅎ
보물은 결국 사람이고, 진짜 집은 사람에게 있는 거라는 걸 깨닫게 해준 이 영화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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