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팬이 되면서

바라는 것과 얻는 것 사이에서,

허용된 관계의 적정선 사이에서,

괴리감을 많이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팬서비스를 잘 한다거나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에

괴리감에 마주설 때가 많았다.


그러다 꿈꾸라에서 단골 반찬가게 주인 아주머니에게 정이 많이 들었다는 어떤 한 청취자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타블로가 그 사연에 대해 자신도 느끼는 바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나 해줬는데

내 괴리감의 정체를 알게 된 기분을 느꼈다.


타블로가 말했다.

전혀 모르는 사이는 아닌데 안다고 하기에는 

반가움 그 이상 그 이하로는 뭐가 없는..보면 반갑고 친근한데

그 이상의 뭐는 없는 인연들이 있다고..

그 말을 듣는데 팬 역시 그런 인연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길,

그렇지만, 그렇기에, 그런 인연들이 특별하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과 깊어질 수는 없는 거고,

그런 인연이라야만 줄 수 있는 특별함이나 의미가 있는 거라고..

그래서 그런 사이가 그 이상으로 깊어져서도 안된다고 했다.


어떤 인연들은 딱 그 정도가 맞는 거고,

그 정도이기에 의미가 있고 아름다운 거라고..

그래서 인연이 딱 그 정도라서 아쉬워할 필요도 없고, 욕심낼 필요도 없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당신에 대한 나의 애정이 딱 그 정도여서 우리의 관계가 이 정도인게 아니라고

우리의 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이 정도의 간격이 가장 아름다운 거라고

우리의 이런 관계 역시 특별한거라고.

우리의 딱 이 정도의 관계에 충실하는게 서로에게 아름다운 거라고

그러니 이제 아쉬워하거나 욕심내지 말자고..


오늘도 당신을 봤고,

아무리 노래 잘 하고 멋진 가수를 봐도 쿵쾅대지 않던 심장이 쿵쾅대는 나조차도 신기한 경험을 했고,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호응을 열심히 했고, 하트뿅뿅 눈빛도 보는 내내 보냈지만,

오늘도 당신에게 돌아온 건 없었다.


보는 동안

조금은 날 알아봐줬으면, 한번이라도 날 보고 환히 웃어줬으면,

한번이라도 날 바라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좋다.


그저 오래오래 당신을 보고 싶다.

가까워지고 싶은 욕심이나

그러기 위한 노력도 없이,

팬이라는 위치가 갖는 적정선을 지키면서

풍경처럼 그렇게 함께하고 싶다.


이제 조금은 팬이라는 게 어떤건지 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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