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비둘기과에는 총 289종이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는 멧비둘기·양비둘기·흑비둘기(천연기념물 215)·염주비둘기·녹색비둘기 등 5종이 있다.
우리가 길에서 보는 비둘기는 야생비둘기가 아닌 집비둘기로 도시에 정착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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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 집비둘기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한다.
퇴근길 아침에 길을 걷다가,
발목 높이의 키를 가진 비둘기를 보았는데,
문득 비둘기가 보는 세상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비둘기의 눈높이에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비둘기에 눈에는 사람이 담기지 않는다.
각양각색의 신발만이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비둘기에게 사람이라는 존재는 곧 신발일까.
성난 신발은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
쭈뼛대는 신발은 자신을 꺼려하는 사람,
당찬 신발은 자신을 거리끼지 않는 사람,
비둘기들은 그렇게 사람들을 인지하고 구분지을까?
아니 애초에 신발에서 자신에게 향한 수많은 감정들을 읽어낼 수 있을까?
'음 이 신발은 내게 적대감을 지녔.....악.....깜짝이야 걷어차일뻔했잖아! 앞으로 이 신발은 조심해야겠군' 이라 생각한다거나
'음 이 신발은 내게 친절한걸? 이 신발은 날 좋아하는게 분명해! 기억해둬야겠어'라고 생각한다거나
뭐 그런 판단기준과 판단능력이 비둘기들에게도 있을까?
사람들의 신발과 걸음새, 걸음폭 등이 비둘기에겐 곧 세상의 존재들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끄적대본다.
(+덧) 그나저나 비둘기는 인간에게 도움이 하나도 안되고 전혀 귀엽게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온갖 미움과 혐오를 다 받고 있는데 요샌 구청에서 나서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플랜카드를 걸고 나섰다. 먹이를 안 주면 비둘기가 도시를 떠날 거라고 생각하나? (별 걸 다 먹는 비둘기인데..) 아니 그것보다 사람들은 너무나 이기적이다. 사람들만 도시에 사는 존재는 아닌데. 지구가 인간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닌데. 자신들의 욕심으로 비둘기의 생활터전을 빼앗고 차지했으면서 이제 밥까지 법을 만들어서까지 주지 않겠다는 심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