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무심히
내가 너를 스쳐갔을 뿐인데
너도 나를 무심히
스쳐갔을텐데

그 순간 이후는
네가 나를 내가 너를
스쳐가기 이전의
세상이 아니다

간밤의 불면과
가을 들어서의 치통이
누군가가 스쳐간
상처 혹은 흔적이라면

무심하지 않았던게 아니라
너와 나와는
그 무심한 스침이 빚어놓은
순간의 꽃이기 때문인 것이다


복효근 , 순간의 꽃​

​무심하여 꽃 한 번 피워본 적이 없는 내가
너를 만나 꽃이라는 것도 되어 본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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