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개인적인 서평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명쾌하게 표현해 낸 스콧 피츠제럴드의 문장력에 연신 감탄하면서 읽은 책이다. 작가 지망생인 내게 그만큼의 좌절을 주기도 했지만 그의 문장을 읽어볼 수 있음에 읽는 내내 행복했다.
▶ 위대한 개츠비 속 문장
1.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면, 네가 지닌 이점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누리고 있지는 못하다는 걸 꼭 기억하려무나.
2. 날씨가 따뜻하고 부드러워 거의 목가적인 여름날 일요일 오후였다. 거대한 하얀 양 무리가 길모퉁이을 돌아 나타나는 걸 보았더라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3. 가늘고 긴 케이크 조각 같은 아파트들(...감탄을 자아냈던 묘사....)
4. 창문으로 보이는 늦은 오후의 하늘이 잠시 동안 푸르른 벌꿀색의 지중해같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5. 도시의 저 높은 곳에 줄지어 있는 우리의 노란 창문들은 어두워가는 거리에서 우연히 올려다보게 된 관찰자에게 인간사의 비밀을 공유하게 하는 데 기여했음에 틀림없었다. 올려다보면서 궁금해하는 그를 나도 바라보았다. 나는 안과 밖에 동시에 있었고, 소진되지 않는 인간사의 다양함에 매혹되면서도 혐오감을 느끼기도 했다.
6. 핑거볼 샴페인을 두 잔 마시자, 내 눈앞에 있는 광경이 무언가 의미심장하고, 근원적이며, 심오한 것으로 바뀌었다. (술에 취하면 알코올에 거미줄 같이 뻗어있는 신경들이 많은 부분 끊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는 적당히 기분이 알딸딸해지고 호탕한 웃음이 절로 나는만큼 눈 앞의 광경이나 머릿 속의 생각도 크림이 매끄럽게 발라져있는 케이크처럼 어느 것 하나 걸리는 것 없이 받아들여지게 되고 뭐랄까 세상사의 핵심만 눈에 보이는 느낌을 느낄 때가 있는데 피츠제럴드는 이걸 이렇게 표현해..... 정말 최고ㅠㅠㅠㅠㅠㅠㅠ)
7. 억누를 수 없는 편애로 당신에게 집중하는 미소였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당신을 이해하고 있으며, 당신이 전하고 싶은 가장 좋은 인상을 정확하게 받고 있다고 확신시켜 주는 미소였다. (억누를 수 없는 편애로...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당신이 전하고 싶은 가장 좋은 인상을 받고 있다고 확신시켜 주는...이런 미소 지어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날까? 나타난다면 당신에게 이런 미소 받아볼 수 있을까?)
8. 그가 미소지었다. 마치 그가 언제나 바랐던 일처럼, 마지막으로 가는 사람들 속에 내가 있었던 게 갑자기 기분 좋은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아 보였다.
9. 뉴욕, 짜릿하고 모험적인 뉴욕의 밤의 느낌. 그리고 끊임없이 명멸하는 남녀와 자동차들이 들뜬 시선에 주는 만족감 등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5번가를 걸어 올라가다가 군중 속에서 낭만적인 여자들을 골라서 몇 분 동안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즐겼다. 누구도 전혀 알 수 없고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10. 그녀가 말하는 동안 그 장교는 데이지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어린 소녀들이 모두 언젠가는 그렇게 바라봐지기를 원하는 그런 식으로요. (데이지에 대한 사랑을 너무나 설레게 전달해주는 문장)
11. 오후가 흘러 지나가는데 스러진 꿈만이 계속 싸우고 있었다. 방을 가로질러 저 잃어버린 목소리를 향해서, 더 이상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지려고 애쓰고, 불행하지만 절망하지는 않으며 투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개츠비의 삶을 한마디로 요약해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안타까워..)
12. 나는 서른 살이 되었다. 내 앞에 새로운 십 년이라는 불길하고 위협적인 길이 뻗어 있었다. 서른 살이라는 가공할 만한 타격이 그녀의 손길의 위안과 더불어 사라져갔다.
13. 나는 개츠비 자신도 전화가 올 거라고 믿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마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가 예전의 따뜻한 세상을 잃어버렸으며, 단 하나의 꿈을 갖고 너무 오랫동안 살아왔던 것에 대해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느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는 무시무시한 나뭇잎들 사이로 낯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장미가 얼마나 기괴한 것인지, 거의 가꾸지 않은 잔디밭 위에 비치는 햇빛이 얼마나 생경한지 깨닫고는 몸서리쳤음에 틀림없다. 새로운 세계, 현실이 아닌데도 물질적인 세계.
14. 떠나기 전에 할 일이 하나 있었다. 아마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는 거북하고 불쾌한 일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정리하고 싶었고, 저 친절하지만 무심한 바다가 내 쓰레기를 쓸어가 버리겠지 하고 그저 믿고 싶지는 않았다. (항상 바다에게 맡기는 내 자신을 경각시킨 문구)
15.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화가 나서, 그리고 반쯤은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그리고 엄청나게 후회하면서, 나는 몸을 돌려 떠났다. (사람의 감정은 복합적이어서 절대 하나의 감정만을 느끼지 않는다. 화가 났지만 반쯤은 사랑을 느꼈다는 문장이 너무나 맘에 들었다.)
16. 나는 그곳에 앉아 오랜 미지의 세계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개츠비가 부두의 끝에 있는 데이지의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의 경이감을 생각했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까지 먼 길을 왔던 것이다. 그의 꿈이 너무 가까이 있는 것 같아 붙잡고야 말 것 같았다. 그는 그 꿈이 이미 그의 뒤에 있다는 사실을, 공화국의 어두운 들판들이 펼쳐진 밤 아래 도시 너머 광대한 몽롱함 속에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개츠비는 초록색 불빛을 믿었다. 그것은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뒤로 물러가는 최고의 환희를 약속해 주는 미래였다. 그때 그 미래가 우리를 교묘히 피했던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팔을 더 멀리 뻗을 테니까..그러면 언젠가 어느 맑은 날 아침이...
그러므로 우리는 흐름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 제목처럼 위대한 책이라는 걸 익히 들어왔다. 하지만 고전답게 시작이 쉽지 않았던 책. 올해가 되어서야 겨우 읽었는데 그랬던 내 자신이 이해가 안됐다ㅋㅋㅋ왜였지 대체 이 좋은 책을 ㅠㅠ
어쩌면 난 개츠비같은 사랑을 사랑으로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안 될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사랑을 갈구하는 내 자신을 개츠비를 보며 발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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