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책다방

황정은 작가를 좋아해서 알게된 창비 라디오 책다방이라는 팟캐스트. 2013.01.31.- 2015.05.18일까지 시즌 1이 진행되었고, 현재 시즌2가 진행되고 있다.

난 황정은 작가를 무지 사랑하므로 진행을 맡았던 시즌 1 1회부터 정주행중인데 책을 정말 사랑하고 또 그만큼이나 많이 읽는 분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방송이라서 다루는 주제에서뿐만 아니라 대화 하나하나에도 파생적으로 얻게 되는 지식들이 거미줄만큼이나 넓게 퍼져있다.

평소 일할때 출퇴근할때 라디오를 들었었는데, 라디오 같은 경우는 들을땐 편안하고 재밌지만 너무 일상적이고 가벼운 얘기들만 다뤄서 그런지 시간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최근에 자주 들었다. 듣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일종의 허탈감도 찾아 왔고..그래서 듣기 시작했는데 정말 좋다..

이번 포스팅은 3회 중 맘에 들었던 대화의 일부를 글로 옮겨 써 봤다. 이 날 게스트는 최근 송곳으로 큰 명성을 얻고 있는 만화가 최규석 씨와 예리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만화가 김수박 씨. 이 날은 질문도 좋았고 이 두 분의 대답 역시 너무나 좋았다.

제3회 사람냄새 나는 만화가들

진행자: 김두식(교수), 황정은(작가)
게스트: 만화가 최규석&김수박

1. 만화가가 생각하는 만화라는 매체의 매력

황정은: 제가 이런 질문을 좀 드려볼게요. 만화가가 생각하는 만화라는 매체의 매력에 관해서 여쭙고 싶어요. 만화의 어떤 점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끼시는지? 아까 발언수단으로써의 만화를 생각하셨다고 했는데..

김수박:최근 현상으로 저는 생각이 많이 드는게, 내가 살던 용산이나 사람냄새를 (작업)하는 과정에서 제가 깨달은게 되게 많아요. 그 사건들이나 희생자들의 얘기가 사실은 언론매체에 많이 나왔었거든요? 그게 좀 시간이 지나면 자꾸 잊혀진다는 생각도 들고, 지나가버린다는 생각도 들고..그것을 붙잡기 위해서 예술가들이 이런 시도를 하는거거든요.

김두식: 잊혀지는 것을 붙잡고 계속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

김수박: 네. 역사에 기록을 하려고 영화도 그렇고 그렇게 하는거잖아요? 그 시도를 하게 되는데 거기서 만화라는 매체가 한 중간정도의 지점으로서의 효과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결과적으로. 제가 여기서 했던 얘기가 그닥 새로운 얘기는 없거든요? 물론 직접 만나서 듣게 되는 얘기는 있지만, 언론을 통해서 어느정도 얘기가 나왔던 것들인데 이걸 재연을 하게 되는 경우에..뭐 재연드라마 같은거 많잖아요? 그런 형식으로 하게 될 때는 재연이라는걸 알잖아요 사람들이? 만화로 표현을 하게 되니까 보는 사람들한테 이 사람이 그 사람(실제인물)이라고 느끼는 현상이 벌어져요. 저널리즘에서 보던거하고 다른 밀착감을 느끼게 되는거죠. 그게 또 영화라는 매체로 옮겨가게 될 때는 더 정보가 한정지어질 수가 있고, 또 갈 길이 좀 멀잖아요?

김두식: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마음대로 그려낼 수가 없는 문제가 있죠. 영화 매체 같은거는...

김수박: 네, 그 사이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만화가.

황정은: 그것도 그렇고..어..글로 접하는 것보다도 만화로 접할 경우에는 그 수월성이라고 해야하나요? 만화가 쉽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일반 대중이 보기에 더 그 사건에 대해서 더 이미지적으로 확 와닿으면서..

김수박: 이해가 잘되게? 그 또 쉽다는 얘긴 좋은거예요. 쉬워야죠! 그래서 사람들이 더 잘 알 수 있게 하나의 묘한 가능성을 언뜻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세상을 더 연구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황정은: 최규석 작가님은 어떠세요?

최규석: 만화라는 형식 자체가 현대에 와서 새로이 발견된 형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제가 볼때는 인간이 가진 표현수단 중에 가장 원초적인 표현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림은 굉장히 오래 전부터 그렸고 동굴벽화라든지 그런 그림들이 동굴을 장식하기 위해서 그린건 아닐거라는 말이죠. 그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그렸을거란 말이죠. 그니까 애초에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라고 하는 것 속에는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욕망이 들어있는거죠. 그거에(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 만화가 아닌가..그래서..왜 만화가 더 쉽게 읽히는지는 사실 전 잘 모르겠어요. 근데 그건 사람들이 그냥 타고나는 것 같아요. 만화형식이라고 하는게..그리고 또 하나는 완성되기가 굉장히 힘든 매체인것같아요. 현대의 만화라는 형식이 생긴지 아직 많이 안 됐고 그러다보니까 거인이 몇 명 없죠. 그러다보니까 어떤 정점까지 가 있는 구체적인 형태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도전할 수 있는 방향들이 엄청나게 많이 열려있는거죠. 그런 데서 오는 자유로운 느낌? 그런게 일단 좋구요.

김수박: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되게 많이 열려있어요. 그게 굉장히 재밌어요.

황정은: 그러게요. 제가 그게 제일 많이 부러운 점이에요. 저는 문장을 써서 글을 쓰는 사람인데, 어휘를 써서 표현할 수 있는게 굉장히 한계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은 정말 이거를 말도 안되게 상식적으로는 약간 좀 틀어진 듯한 공간인데도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그냥 이런 세계가 있을 수 있구나 하고 납득이 확 되거든요. 그게 참 부러운 점이기도 하고..그렇습니다.

최규석: 이번에 김수박 작가님(사람 냄새)이랑 김성희 작가님(먼지없는 방)이 하신 작업을 보면은 확실히 느낄 수 있죠. 사실 영상매체로 담기 힘든 그런 제작공정이라고 하는 거? 이런 것들은 그림이 아니면 사실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거든요.

김두식: 그런데 그 전에 사실 글로 돼 있는 거 보면서 대충 덮어버리고 갔던 거에 대해서 '아 이런 공정이 있구나.', 그리고 이런 공정 중간에 어떤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구나 하는 거를 굉장히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월하게 읽히는 가독성과 큰 감화력이 만화가 갖는 큰 장점인 것 같다. 황정은 작가가 말한 어휘의 한계를 극복하는 점도 그렇고..

2. 만화가의 수입

김두식: 돈 버는 문제는 어떻습니까? 사실 여쭙기 쉽지 않지만 굉장히 중요한 문젠데 그래도 두 분은 제가 보기에 대한민국의 제일 잘 알려진 작가 20명 정도를 뽑을때 그 안에 들어가는 분들이신데 그래도 아까 보면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 갈등 이런게 작품에도 늘 묻어 나오고 오늘도 그런 말씀을 좀 하시잖아요. 어떻습니까?

김수박: 저부터 말씀을 드리자면은 만화를 하기로 결심을 하고 한 3년 동안은 번 적이 없어요. 근데 그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하고..새로운 분야의 길을 들어가면 앞구르기를 3년 정도는 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서브잡으로 돈을 벌죠. 막일하러 3년 정도를 다녔었어요. 3년 후부터 이 서브잡을 본업으로 하나씩 하나씩 옮겨가는 과정을 거쳤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 남들 버는 정도만큼에 가까워졌던 것 같아요.

황정음: 최규석 작가님은 어떠세요?

최규석: 저는 뭐 초반에 계속 힘들었죠. 저는 일단 먼저 유명해졌어요. 이름은 엄청 유명해졌는데 그 이후로 연재하자고 하는 데가 없었죠. 이름만 유명해지고 돈은 하나도 없고 이런 상황에 처했었죠. 창작분야는 어디나 마찬가지인것같아요. 제가 외국에서 일하는 젊은 친구들이랑 얘기를 해도 뭐 다들 힘들게 살아요. 근데 문제는 그거인것 같아요. 아르바이트 시급..아르바이트 시급이 얼마나 되느냐. 하루에 6시간 정도만 일을 했는데 방세내고 밥값이 된다 이러면은 4년 정도는 버텨요 젊은이들은. 한 3-4년 버티는데 한국에서는 그걸 하려면 8시간 이상 일을 해야되거든요 그러면 집에 가서 작업할 시간이 없어지는거죠. 그러니까 방세 내다가 볼일 다 보는거죠. 뭐 그러다가 또 몇년을 또 어떻게든 버텼어, 버텼는데 엄마가 아프면 딴 일을 해야되거든요. 그러니까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처음 데뷔할 무렵부터 정부에서 지원금을 대고 보조를 해야된다까지는 아닌데 최저생활을 할 수 있는 어떤 외부적인 요건들..

김두식: 그런게 최규석 작가가 비정규직 문제나 최저임금에 관심을 갖는 계기도 되겠군요? 남의 일이 아닌?

최규석: 저는 다행히 운이 좋아서 몇 년을 버텼고 그리고 일찍 이름이 알려져서 먹고 살 수 있게 됐는데 그 외에 후배들 보면은 몇 년 버티다가 떨어져 나가거든요. 그러니까 데뷔작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작가가 아닌 이상은 데뷔작으로 다음 작품을 할 돈을 못 모으거든요. 그러면은 조금 더 고생하다가 엄마가 아프면 그만두는거고 엄마가 안 아프면은 한번 더 하는거예요. 이런 방식이 되는거죠. 그런데 모든 사람이 데뷔작부터 감각을 발휘할 수 있는건 아니고 그리고 오래해야만 완성이 되는 스타일의 작업도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근데 지금은 굉장히 자극적이라거나 아니면 반짝반짝하는 재기들을 중심으로 하는 작품들만 살아남고 이제 좀 오래 끌어야 나오는 작품들이 죽는, 더이상 나오지 않는 상태가 된거죠.

*2016년 우리나라의 최저시급은 6030원이 된다. 전년도의 5580원에서 8.1%가 인상된 액수이지만 물가 대비 임금으로 보면 여전히 낮다. 그리고 최저임금을 받는 대부분은 미래를 위해 준비해나가는 이십대 초중반 청년들이다. 부모님의 경제적 조력 없이 자신의 힘만으로 자립해서 생활하고 취업을 하기엔 너무 힘든 현실 같다....창작이든 여타 다른 분야든 자신의 꿈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난이 꿈을 이루는데 장애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그게 아니어도 장애물이 얼마나 많은데..

3. 사회성 짙은 만화들, 고발적인 만화들을 그리게 된 계기?

김두식: 사회성 짙은 만화들, 고발적인 만화들을 그리게 된 계기는 뭐가 있을까요?

김수박: 시대의 변화가 그걸 만들었죠. 원래 관심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고 저는 뭐 개인적 사고나 상념, 머릿속 상상을 만드는걸 훨씬 더 좋아하는 사람인데 내가 살던 용산을 만들었던 계기를 보면 워낙에 사회적 변화가 우리에게 다가왔고 약간 숨이 잘 안 쉬어지고..

최규석: 변화가 다가온게 아니라 변화를 그때서야 안거지.

황정은: 공감합니다.

김수박: 명량만화를 좋아하거든요? 명량만화를 하고 싶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야 그걸 하죠. 내가 명량만화를 하고 싶기 때문에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데 일조를 해야죠.

김두식: 최규석 작가님은 약간 기득권층이 되지 않겠다는 그런 의지같은 것도 약간 보이는데...

최규석: 전혀 없습니다. 저는 굉장히 기득권 좋아합니닼ㅋㅋㅋ

김두식: 네ㅋㅋ어쨌든 뭐라 할까요 이런 제일 바닥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얘기? 젊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는 뭐가 있을까요?

최규석: 일단 바닥에 있는 사람들, 그게 바닥은 아니죠. 완전 바닥은 아닌데..일단은 제 출신성분 자체가 도시빈민 출신이다보니까 그냥 익숙한거죠. 그니까 뭐 부잣집에 한번도 안 가봤는데 거실에 소파가 있고 아빠는 의사고 삼촌은 변호사고 이런게 상상이 쉽게 안 퍼져나가잖아요? 그런데 주위에 아저씨들 다 노가다 하시는 아저씨들이니까 그 분들의 대사나 사고방식이나 굉장히 익숙하고요.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러운 상상의 씨앗이 그 단계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회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뭐 타고난 부분도 있을테지만 사람을 그리는 직업이잖아요. 사람에 대해서 좀 알아야되겠다라는 생각을 하다가.. 결국 아까 말했다시피 사람이라고 하는게 상황의 산물 아닙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서로 5% 정도가 다르고 95%가 비슷한데 이 95%는 그럼 뭐냐, 결국엔 사회? 역사? 유전? 뭐 그런 것들이겠죠. 그러다보니까 좀 그런 사회적인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 같아요.

*사람들은 서로서로 5%정도가 다르고 95%가 비슷하다는 말이 정말 크게 와닿았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서로를 95%만큼이나 다르다고 느끼는가..

4. 만약 내 딸이나 아들이 만화가가 된다고 하면?

김수박: 남들도 비슷할 것 같은데 일단 걱정을 하기는 하는데 뭐랄까요 자기가 원하는 것. 사람이라는게 아주 사소하든 크든 간에 자기가 원하는 것을 외부적 요소로 막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내버려둘 생각이에요.

김두식: 고생하더라고 그냥 원하는 길을 가라?

김수박: 아마 내버려두면은 더 빨리 깨달을 것 같아요. 이건 아니다.

김두식: 괜히 막는거보다?

김수박: 막으면은 미련이 더 남죠. 세상 모든 일이 그렇잖아요.

김두식: 네. 최작가 어떠세요?

최규석: 어..아이 입장에서는 좀 힘든 선택이죠. 왜냐면 아빠가 유일하게 잘 아는 분야고(ㅋㅋㅋ)..막 갈구지 않겠습니까? "이래가지고는 데뷔를 못해." 이런식으로? 다른 영역으로 간다 한다면 제가 참견할 게 하나도 없죠. 제가 회사를 다녀봤나 사시를 준비해봤나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죠. (내가 딸이라면 묘...묘하게 설득돼서 만화 안할듯ㅋㅋㅋ) 그냥 놔둘텐데 만화한다고 하면 해부학부터 해서 온갖 것들을...야야 이게 뭐니 하며 갈구게 될텐데 그런 걱정은 있죠. (ㅋㅋㅋㅋ) 그리고 딱히 직업적인 부분에서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게 있다라는 거, 저는 굉장히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모든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일이 생기는 건 아니거든요. 그냥 안정적으로 그럭저럭 먹고 살고 싶다는 욕구가 사실 거의 대부분이지, 난 꼭 이걸 해서 먹고 살고 싶어 라고 하는 거는 굉장히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에게 힘을 줄 수 있는..

* 직업쪽으로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게 굉장히 큰 복이라고 행운이라는 말이 굉장히 공감되는
대목..모든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고, 그러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을 한다. 돈을 좇지 말고 꿈을 좇으라고 하는 말을 들을때마다 난 꿈이 행복하게 사는건데..나한텐 직업보다 상위의 개념이 꿈인데..라는 생각을 하는 나라서 더 공감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내 직업상이 뚜렷하진 않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난 내가 좋아하는 세계에서 돈을 벌고 싶다. 나와 세계가 비슷한 사람들을 직장동료로 삼고 싶고,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과 내가 관심있어 하는 것들을 함께 만들어내는 그런 일.

5. 인권만화 <어깨동무>(2013.02.20 창비)에서 어떤 내용을 그리셨는지?

김수박: 저는 제목이..본격호소만화 <사랑이란 이름의 추억박탈>. 우리나라 교육문제를 제 나름대로 굉장히 세게 얘기를 했어요. 전체 주제는 (애들을) 손에서 놓자는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랑한다고 얘기하거든요 부모들은. 지금 애들을 그렇게 볶아대면서 사랑해서라고 얘기하거든요. 근데 부모들한테 저는 계속 묻고 있는거예요 만화로. 당신은 놀았지 않냐? 당신 그렇게 좋은 추억 다 가지고 있으면서 어떻게 애들한테 그러냐?

황정은: 어른들 욕심인거죠 그게 다.

김수박: 사랑해서? 아니죠. 제발 놓자.

김두식: 최규식 작가는 어떤 그림을 그리셨어요?

최규식: 저는 제목이 <맞아도 되는 사람>이라고 정했는데 아까 얘기했다시피 한국의 노동운동, 파업노조에 속해있는 사람들을 보는 시선이 모른다라는 거는 아닌것같아요. 몰라서 공감을 안한다거나, 몰라서 이게 문제다라고 인식을 안한다거나 그런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냥 저 사람들은 맞아도 되는 사람들로 분류돼버린것같아요.​

*맞아도 되는 사람들로 분류돼버린 것 같다는 말을 듣고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던...나도 어느새 그들의 아픔에 너무 무뎌진 건 아닌지..


6. 김수박 작가가 준비하고 있는 작품(창비에서 2014.10.30일자로 출판되었다.)

김수박: 대선 때 드러난 어떤 묘한 일이 한 가지 있잖아요? 경상도. 사람 숫자도 되게 많고요. 그리고 가진 묘한 특성이 또..우리 나라 사람들이 "저쪽 사람들 대체 왜 그래?" 라고 생각하는 거를 좀 파고들어서 얘기를 하려고 해요. 제가 자랐던 배경도 있고요, 그 사람들이 가진 어떤 기득권 의식이 어디서 비롯됐는지..80년대 역사를 쭉 훑으면서 이야기를 가지고 그 본질을 좀 탐구해봐야되지 않을까! 이러다가는 경상도만 잡으면 대통령 되는거 아니에요 지금. 그걸 좀 파헤치고 싶어요.


*김수박과 최규석 작가의 만화들을 꼭 읽어봐야겠다. 절판된 건 구할 수 없다던데 아쉽다. 그리고 황정은 작가 너무 좋다...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도 좋지만 웃음소리도 좋고 무엇보다 대화하는 법이 좋다..ㅜㅜ근데 마지막에 발견 이 작가라는 코너를 진행하는데 낭독하는게 너무 성당 복음말씀 스타일ㅋㅋㅋㅋㅋㅋㅋㅋ아우 귀여우심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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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사람에 대한 예의

김낙호 만화연구가 capcold@capcold.net



『사람 냄새』 (김수박 지음, 보리출판사, 2012)

『먼지 없는 방』(김성희 지음, 보리출판사, 2012)



발전의 성숙도에 따라서 상당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어떤 사회도 완벽하게 약자들에게 공정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한 쪽으로는 그런 부분을 조금이라도 더 잘 해낼 수 있는 합리적 사회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한 쪽으로는 약자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피해를 감내할 것을 강요받지 않도록 여러 방식으로 힘의 균형을 확보해야 한다. 그 중 후자인, 약자들이 강자들에게 밟히지 않을 힘이란 노조 같은 조직화를 통해서, 법적으로 보장된 보상 권리를 통해서, 그리고 그들에게 강요된 피해를 언론 등을 통해 담론화하여 대중의 연대를 얻어내는 것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현실은 물론 험난하다. 강자들의 방해에 의해서든 사회적 편견에 의해서든, 조직화는 늘 쉽지 않다. 보상 권리를 행사해줘야 할 공공기관들은 종종 공공성보다 관료성이나 정치적 이해를 우선순위에 둔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담론화인데, 수많은 이야기들 사이에서 폭넓은 연대를 얻어낼 수 있을 만큼 주목받는 화제로 만들어내는 것은 무척 힘들다.


삼성 공장에서 작업환경 문제가 원인이 되어 큰 병을 얻었는데 정당한 인정과 보상을 받지 못해 싸우는 노동자들과 가족이라면, 이 구도는 더욱 절망스러워진다. 상대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누구보다 강자인 대기업이며, 자사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막기로 정평이 나 있다. 여러 언론사들이 광고수익으로 삼성과 연결되어 있어 삼성에 대한 비판 기사 또는 숫제 광고에도 과도하게 신중하다. 게다가 온갖 “나만이라도 성공하자”며 무한경쟁에 뛰어든 수많은 개인들은 굳이 몇몇 노동자들의 억울함 따위에 관심을 할애할 겨를도 없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사람 냄새』『먼지 없는 방』 이 두 권의 책은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뜬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싸움을 다루고 있다. 『사람 냄새』는 피해자 황유미 씨의 아버지의 시선으로 고인의 투병 및 사망 후 과정에서 삼성 측과 맞선 내역을 묘사한다. 지명도 있는 직장에서 일하던 딸에 대한 애틋한 기억과 현실에서의 힘겨운 싸움으로 이루어진다. 『먼지 없는 방』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직장 동료였던 황민웅 씨와 결혼한 부인 정애정 씨가, 백혈병으로 남편을 잃고 홀로 가족을 꾸리며 싸움을 이어가는 내용이다. 반도체 공장의 첨단관리가 결국 제품을 위한 것일 뿐이고, 사람을 위한 안전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발을 빼는 어설프고 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각각 다른 피해자들을 다룬 작품이지만, 삼성 피해노동자들이 모여 싸우고 있는 모임인 ‘반올림’을 고리로 하여 두 가족의 사연은 서로 한 대목씩 교차 등장하고 있다. 결국 하나의 현실에서 끌어낸 두 가지 사례일 따름인 것이다.


같은 문제를 다루는 두 작품이지만, 앞서 간략하게 소개했듯 접근법은 사뭇 다르다. 『사람 냄새』는 보다 직접적으로 삼성이 한국사회에서 차지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한다. 딸의 죽음은 더할 나위 없이 슬픈 일인데, 무서운 것은 산업재해임을 처음부터 부정하고 나서며 적당히 무마하려는 삼성 측의 방식이다. 병에 걸린 후 자신들이 내친 직원에 대해 관계를 끊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할 따름이다. 죽은 후에도 더 알려지는 것을 방지하고 좀더 많은 돈으로 회유하려 할 뿐이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딸이 그렇게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삼성 다니는 딸이 대견했던 택시기사였다. 병이 걸리자 집에 찾아온 삼성 측 담당자에게, 피해자 아버지는 회사가 “인간적”으로 해결에 나서겠거니 생각하며 초면의 손님들에게 뒷산에서 따온 송이버섯도 나눠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나한테 닥치니까 자꾸 생각하고 따져보고 캐고 이렇게 되는 거에요”라는 그의 말처럼, 싸움의 과정에서 한국사회 최고 강자와 싸우는 것이 얼마나 어렵게 되어있는지를 매순간 새로 배운다. 작가의 정돈된 이야기를 통해, 삼성의 사회 영향력이 정치, 언론, 일상 의식 속에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있는가를 그가 배우는 만큼씩 독자들도 함께 접하게 된다.


『먼지 없는 방』은 전체 작품 분량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서 하이테크 반도체 제작 공정에 대해서 거의 직업교육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한다. 먼지 하나 없도록 관리되는 철저한 환경이 매우 자세하게 제시된다. 그리고 100여 페이지가 지난 후 갑자기 반전을 맞이한다. 바로 그 첨단공정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인간에게 유해한 것들이 넘치기에 황민웅 씨는 병에 걸렸던 것이다. 공정의 청결함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정애정 씨가 싸움 과정에서 알아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왜 일개 조립노동자가 그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위험요인을 파악해야만 하는가. 제품의 품질관리를 위한 모든 정보는 숙지하게 하면서, 그 안에 담긴 인간에 대한 위험은 어째서 대충(특히 생산량을 올리기 위해서 더욱) 넘어가는가. 제품이 우선이고 인간이 뒷전인 현실을, 싸우는 그들이 깨달은 흐름 그대로 독자들에게 느끼게 해준다.


이렇듯 두 작품 모두 각 사례의 일면을 취재의 디테일뿐만 아니라 그것을 풀어내는 내용 구성을 통해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사람 냄새』는 삼성에 관한 다큐멘터리 같은 건조한 대목과 딸이 자기 택시에서 죽어가는 순간을 묘사하는 상황의 애절함이 수시로 교차하며, 사람 냄새의 필요성을 그 자체로 강조한다. 『먼지 없는 방』은 공장 노동의 치밀한 짜임새와, 남편 간병 과정에서 부딪히는 엉망이 된 생활의 양상들이 자연스럽게 대비되며 ‘먼지 많은’ 실제 세계와 그 안에서 발견하는 어떤 인간다움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 냄새』와 『먼지 없는 방』은 싸우는 과정의 험난함을 말한다. 『사람 냄새』의 피해자 아버지는 임의적 합의서에 그대로 서명을 해버릴 뻔할 정도로 그런 부분에서는 어리숙했으나, 함께 싸우는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점차 힘을 얻는다. 정애정 씨는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에게조차 싸움을 외면받고(“자기들이 다 이건희인 줄 안다고”) 지역 의원 정당 사무실을 찾아가보는 가장 직관적(!) 대처가 수포로 돌아가며 갈수록 힘들어지는 와중에, 결국 함께 싸우는 이들에게 합류한다.


법정 투쟁은 지난하고, 사회적 연대를 얻어내는 것조차 험난하지만, 만약 해결하지 못하면 또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누군가가 당할 것이다. 공장에서 백혈병에 걸리는 것은 일부 경우지만, 보다 사람을 중심에 놓는 것이 당연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모두의 이야기임을 탁월하게 알리는 만화책이다.


<기획회의> 320호 2012.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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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점심, 출근하기 전에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홍상수 감동의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봤다.


영화관 로비에 설치되어 있는 전광판

​전광판을 분할해서 위쪽에서는 예고편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아래쪽에서는 포스터를 보여준다.

​예고편에서도 그렇고, 제목에서도 그렇고,

'지금'과 '그때', '맞다'와 '틀리다'가 말장난을 하는 것처럼, 짝을 이뤄 머리를 헤집어놓는다.

명확하게 정리하고 싶었던 이 단어들은

영화를 보고 나면 ,

말의 의미가 무색하다는듯 더더욱 마구잡이로 섞여버린다.


그 일례로 이 영화는 제목을 뒤집어버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가 끝을 맺으면,

이 영화는 처음과는 달라진,

즉, 이번에는 반대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 대한 시각으로,

끝을 맺었던 이야기를 다시금 시작한다.


이 영화는 거의 동일한 스토리에 작은 변주를 가해 확연히 달라지는 두 개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 속의 시공간도 동일하고, 사람도 동일한데, 

두번째로 이야기를 진행할 때는

대화를 조금 달리 하거나 혹은 들려주지 않았던 대화를 들려준다거나,

처음과 달리 춘수의 독백을 없애고 희정을 위주로 화면을 연출한다거나,

사뭇 달라진 자세나 표정, 말투나 태도를 보여줘서

처음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 전개를 이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묘미인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달라진 것들로 인해 둘 사이의 교감이 달라지고, 감정이 달라져,

 결과적으로 전혀 다른 엔딩, 전혀 다른 온도의 관계를 맞게 만든다.

마치 동일한 멜로디에 조금의 변주를 가해 전혀 다른 두 곡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처럼.



또 원테이크샷 혹은 롱테이크샷을 통해 둘의 긴 대화로 영화의 러닝타임 대부분을 채운다는 점도 묘미다.

그래서 영화를 위해 준비되고 정돈된 대사를 듣는 느낌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아 정돈될 수가 없는 실제 대화를 듣는 느낌이 들었다.

그랬기 때문에 둘의 대화는 생생했고, 어수룩한 데가 있었으며, 실감적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영화의 외적요소인 연출이 아닌 내적요소,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 영화가 흘러가는 느낌이 꽤나 좋았다.



전반부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와 후반부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많은 부분이 동일하다.

 영화감독인 함춘수(정재영)가 자신의 영화상영과 GV일정을 위해 수원에 가게 되고, 일정이 하루 늦춰지는 바람에 하루의 시간을 수원에서 보내게 되면서 우연히 만난 윤희정(김민희)에게 설렘과 사랑을 느끼게 되다는 거나, 그런 희정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수원행궁, 찻집, 희정의 작업실, 초밥집, 희정 지인의 가게(시인과농부), 희정의 집 근처 골목이 똑같이 영화 속 장소가 된다거나,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어느 정도 같은 대화가 반복된다는 점 등이 같다. 

그러나 결말은 크게 달라진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결말이 좋지 않다. 춘수가 사실은 23살에 결혼해서 애가 2명이나 있는 유부남이라는 사실이 희정의 친한 언니에 의해 밝혀지면서 둘의 관계가 안 좋게 끝나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건 뭘 의미하는걸까? 안 좋게 끝난게 지금은 틀리다는 뜻이라면 그때가 맞은 이윤는 대체 뭘까?

반면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는 나쁘지 않은 결말을 보여준다. 춘수가 자신의 결혼사실을 희정에게 털어놓고, 술 먹고 추태를 부린 것을 들켰는데도 오히려 둘의 관계는 좋은 끝을 맞는다. 이 결말 역시 제목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좋게 끝났으니까 지금은 맞다는걸까?

 아니 애초에 관계에 있어서 맞고 틀린 게 있는 것인가?


여기에는 


나처럼 영화를 본 후 자신만의 퍼즐을 어떻게든 완성해보려는 관객들에게,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애초에 없어서든, 아니면 맞추다가 잃어버려서든,

이유가 어찌 됐건 이 영화의 의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의 퍼즐을 완성하지 못한 관객들에게,

홍상수 감독은 능청스레 이미 관객들이 여러번 보았던 '예고편'이라는 마지막 퍼즐조각을 건넨다.


그리고 그 예고편에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한 장면을 되감은 영상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그때가 맞고 지금이 틀린건지 아니면 지금이 맞고 그때가 틀린건지에 대해 

서로에게 묻고, 대답하고, 그러다 되묻는 춘수와 희정이 담겨있다.


예고편에 담긴 둘의 대화는 이렇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40199&mid=28137

정재영: 그때가 맞고 지금은 틀립니다.

김민희: 그때가 맞고 지금은 틀립니다. 그때가 맞는거죠?

정재영: 그때가 맞지 않나요?

(둘 다 웃음)

정재영: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죠?

김민희: 지금은 틀리고 그때가 맞는건가요? 지금이 맞는것 같은데. 지금이 맞고 그때가 틀려요.

정재영: 지금이 맞다고요?

김민희: 지금이 맞고 그때가 틀려요.

정재영: 그때가 틀리고 지금이 맞는건가요? 정말요?

김민희: 그럼요! 

정재영: 정말 지금이 맞는거죠?

김민희: 네. 지금이 맞고 그때가 틀려요.


결국 둘의 대화의 끝은 영화의 제목인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 된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맞고 뭐가 틀리다는 건지...

사실 감독은 그때는 맞았어도 지금은 틀릴 수 있고, 지금은 맞지만 그때는 틀렸을 수도 있다고 함으로써, 

즉, 완전히 맞는 쪽에도, 완전히 틀린 쪽에도 서지 않음으로써,

또 맞고 틀림이라는 기준으로 설명될 수 없는 두 개의 엔딩을 보여줌으로써,

애초에 옳고 그름이라는 단어는 사랑과는 연관지을 수 없는 것임을 얘기해려고 했던게 아닐까?


그리고 또 

춘수가 자신의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에게 했던 말처럼, 

그리고 좋은 끝을 가져왔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의 춘수의 솔직하고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 모습처럼,

사랑은 그 사람에게 잘 보이려 하는 '말들'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들'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그렇게 용감하게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건 아닐까?


해석은 각자의 몫이니까 나름대로 해석을 내려봤지만,

이 분의 해석도 좋아서 링크를 가져와봤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421&aid=0001733704&sid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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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t.ly/1QkcuOD


1990년 2월 14일 우주를 떠돌던 탐사선 보이저 1호는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 반짝이는 작은 점이 찍힌 사진 한 장을 지구로 전송합니다. 그것은 자신이 떠나온 고향, 지구였습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 모습을 Pale blue dot '창백한 푸른 점'이라 표현했습니다.

사진 속 지구는 외로워 보입니다.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 안에서, 희미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조금만 가까이 당겨본다면 그 창백한 푸른 점 안에서는 오늘 참으로 많은 일들이 진행됐습니다.

맑고 투명한 날씨였습니다. 가시거리는 길었고 기온은 포근했죠. 하지만 오늘은 수험생 63만 1187명이 일제히 시험을 치른 날.


가족과 지인과 선생님은 마음을 졸였을 것이고, 대학이란 틀을 거부하고 시험을 치르지 않기로 결정한 많은 동갑내기 젊음들은 누구보다도 복잡한 심경으로 거리에 나섰을 겁니다.


그리고 그 날 2014년 4월 16일 그 일이 없었다면 오늘 시험장에 있었을 250명의 아이들까지. 어쩌면 우리는 모두 넓은 은하계 한 구석, 희미하게 웅크린 창백한 푸른 점 하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희미한 점은 그저 보잘 것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질량을, 한없는 밀도를,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곳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희미한 시간을 버텨낸 이들은 이런 응원의 말을 건넵니다.


"웅크린 사람은...뛰려는 사람이다" 급한 건 세상만으로 충분하다고, 그저 성실하게 주름을 만들듯, 천천히 내 속도로 그렇게 가라고 말입니다.

원래 지구와 같은 행성을 뜻하는 단어 'planet'은 그리스어의 '헤매는 사람'에서 연유한다고 합니다. 전부인 것만 같은 오늘은 태양빛 속에서 부유하면서 헤매며 떠도는 지구처럼 광활한 시간 속에 담긴 하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고생하며, 헤매며 달려왔을 아이들에게나 혹은 어른들에게나 당신에게 관대한 오늘밤이 되길 바라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사랑해요 뉴스룸
사랑해요 앵커브리핑

이렇게 좋은 뉴스를 보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요즘에 알게 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 멋있고 재능있는 사람들이라 많이 자극받게 되는데 그 자극이 나에게 영향을 주기엔 지금 내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아껴써야겠다 시간! 멋있어져야겠다 나!!

피아노도 잘치고싶고 그림도 잘 그리고 싶고 운동으로 멋쁜 몸매도 만들고싶고 똑똑하고 싶고 이야기꾼이고 싶고 시사에도 밝고 싶고 영어도 잘하고싶고~~잘하고 싶은건 많은데 다 걸음마단계라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큰것같다.

1년, 3년, 5년...꾸준히 하다보면
그런 사람에 가까워져 있겠지..

일단 내일부터 요가학원을 등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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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비둘기과에는 총 289종이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는 멧비둘기·양비둘기·흑비둘기(천연기념물 215)·염주비둘기·녹색비둘기 등 5종이 있다.

우리가 길에서 보는 비둘기는 야생비둘기가 아닌 집비둘기로 도시에 정착해 살아간다.

*
오늘은 이 집비둘기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한다.

퇴근길 아침에 길을 걷다가,
발목 높이의 키를 가진 비둘기를 보았는데,
문득 비둘기가 보는 세상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비둘기의 눈높이에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비둘기에 눈에는 사람이 담기지 않는다.
각양각색의 신발만이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비둘기에게 사람이라는 존재는 곧 신발일까.

성난 신발은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
쭈뼛대는 신발은 자신을 꺼려하는 사람,
당찬 신발은 자신을 거리끼지 않는 사람,
비둘기들은 그렇게 사람들을 인지하고 구분지을까?

아니 애초에 신발에서 자신에게 향한 수많은 감정들을 읽어낼 수 있을까?

'음 이 신발은 내게 적대감을 지녔.....악.....깜짝이야 걷어차일뻔했잖아! 앞으로 이 신발은 조심해야겠군' 이라 생각한다거나

'음 이 신발은 내게 친절한걸? 이 신발은 날 좋아하는게 분명해! 기억해둬야겠어'라고 생각한다거나

뭐 그런 판단기준과 판단능력이 비둘기들에게도 있을까?

사람들의 신발과 걸음새, 걸음폭 등이 비둘기에겐 곧 세상의 존재들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끄적대본다.

(+덧) 그나저나 비둘기는 인간에게 도움이 하나도 안되고 전혀 귀엽게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온갖 미움과 혐오를 다 받고 있는데 요샌 구청에서 나서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플랜카드를 걸고 나섰다. 먹이를 안 주면 비둘기가 도시를 떠날 거라고 생각하나? (별 걸 다 먹는 비둘기인데..) 아니 그것보다 사람들은 너무나 이기적이다. 사람들만 도시에 사는 존재는 아닌데. 지구가 인간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닌데. 자신들의 욕심으로 비둘기의 생활터전을 빼앗고 차지했으면서 이제 밥까지 법을 만들어서까지 주지 않겠다는 심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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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개월 전부터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를 정주행하고 있다. 평소 타블로를 좋아하기도 하고, 꿈꾸라의 선곡이 유명하기에 듣기 시작했다가 정주행까지 시작하게 되었는데 와....너무 좋다.....타블로의 깊은 멘트들도 좋고, 꿈꾸라가족들의 뛰어난 글솜씨가 느껴지는 사연들, 클로징 할 때 사각사각거리는 연필소리와 함께 나오는,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주는 블로노트도 좋은데, 무엇보다도 선곡이 너무나 좋아서 미칠 지경이다 ㅠㅠ 

꿈꾸라의 경우 디제이 타블로가 직접 선곡을 맡고 있다. 가끔씩은 음악광인 제작들의 추천곡 그리고 게스트들의 추천곡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선곡에 대한 질문이 많이 올라오는지 타블로가 직접 선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기도 했다.

 "선곡에 있어서는 전반적인 선곡은 제가 여러분과 함께 듣고픈 노래를 직접 준비해옵니다. 매일 해야하는 일이어서 상당히 많은 시간도 요구되고 그러지만 디제이로서 여러분의 귀가 맛볼 메뉴를 짜는 것은 저에겐 행복한 일이구요. 다행히 우리 꿈꾸라 제작진들이 음악광들만 모여있거든요. 그래서 많은 도움을 주고 선곡표를 짜면서 굉장히 기뻐하고 즐거워합니다." 

청취자들도 추천곡에 맞는 답가를 문자로 선곡해오기도 하는데 청취자들의 선곡 역시 너무나 좋다 ㅠㅠ사실 취향에 맞는 노래를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책을 예로 들자면, 정말 내가 푹 빠져서 행복함을 느끼면서 읽는 책, 인생의 책이라 자신할 수 있을 만한 책, 그런 책을 찾고 싶어서 책방에 가고 도서관에 가도, 그런 책이나 작가를 만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대개 책만 뒤적거리고, 책장들을 돌기만 하다가 그저 그렇게 맘에 드는 책을 골라오기 쉽다. 음악도 그렇다. 세상엔 분명히 평생 들어도 다 못 들을 정말 좋은 곡들이 넘쳐나는데 그 좋은 노래들, 인생곡이라 할 만한 곡들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음악을 잘 아는 주변 지인에게 추천을 받는 것, 내 취향의 음악들을 포스팅하는 블로그를 보면서 음악을 들어보는 것, 마지막으로 선곡이 좋은 라디오프로를 청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엔 이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적 자양분이 되어 주는 라디오가 제일 좋은 것 같다.  나같은 경우도 라디오를 통해 좋은 곡들, 내가 접할 수 없었을 장르의 곡들, 음악과 가수에 대한 지식들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에도 꿈꾸라를 통해 마지막 황제,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등의 곡들을 작곡한 일본의 작곡가 루이치 사카모토, 영화 시네마천국 등 400편의 영화음악을 만든 거장 엔뇨 모리꼬네 등 정말 좋은 음악가들을 새로 접하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음악들을 알아가는게 어찌나 좋은지 요즘 타블로와 꿈꾸라에 빠져 지내는 중이다. 너무 좋다.. 그의 음악적 취향들과 해박한 지식들ㅠㅠ배철수의 음악캠프 역시 좋은 선곡으로 유명하니 한번쯤 들어들 보시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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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이없는 이별이어서
나도 내가 어이없을 정도로 그리운건가
보고싶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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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여기서 나가는 길 좀 가르쳐 줄래?" 라고 앨리스가 묻자 고양이는 이렇게 얘기한다.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렸지"

그러자 앨리스가 답한다.
"어디든 상관이 없는데... "

나갈 수만 있다면 어디든 상관이 없기에 한 대답에 고양이는 이어 대답한다.

"그럼 아무데나 가면 되지"

"어딘가 도착하기만 한다면야...."
앨리스가 설명을 덧붙인다.

"그럼 넌 분명히 도착하게 되어 있어.
오래 걷다 보면 말이야."

이 대목을 골똘히 생각해본다. 정해진 길은 없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이 곧 정답이다. 어느 길을 가더라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선 미련이 남기 마련이고 내가 선택한 길에는 후회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 100% 만족을 주는 길은 없다. 그냥 그 길을 재밌게 걸을 수 있다면, 좋은 길동무들을 만나서 함께 걸어갈 수 있다면 잘 고른 길 아닐까?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하루에도 여러번 생각이 바뀌고, 이것도 괜찮겠다 저것도 괜찮겠다 싶고, 대책이 없는게 불안하면서도 대책없이 살아보는것도 인생이 아닐까 싶고, 그러다 불안해져 다시 대책을 생각하게 되고.......그래서 다시 생각이 시작되고, 바뀌고, 모르겠고, 또 시작되고, 또 바뀌고, 또또 모르겠고...........요며칠의 내 상태가 이렇다...

다시 한번 앨리스의 글귀를 되뇌어본다.

If you don't know where you're going, just go.

도전하는 일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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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챙겨보는 뉴스 jtbc뉴스룸!


뉴스룸은 2014년 9월부터 시작해서 약 1년째 진행되고 있는데 이제는 제법 체계가 잡혀서 뉴스룸만의 특색을 잘 살려 순항중이다.

뉴스룸의 가장 좋은 점은 앵커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과 뉴스룸 속 코너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뉴스들은 준비한 자료와 대본을 가지고 보도만 하는 천편일률적인 뉴스형식을 보인다. 하지만 뉴스룸에서는 1,2부로 구성해서 1부는 그러한 뉴스형식을 취하지만 2부에서는 앵커브리핑, 심층취재, 토론, 인터뷰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난 특히나 2부를 좋아한다. 사실전달만 해주는 기존의 뉴스보다 심층적이라서 좋고정말 중요하고 궁금한 부분을 제대로 다뤄줘서 좋다. 꼼꼼한 경제, 팩트체커에서 따온 팩트체크, 밀착카메라, 해당 날짜에 해당하는 역사적 사건을 알려주는 지식채널 느낌의 내일이라는 코너까지!! 겉핥기 식이 아닌 심층적인 보도와 지식들로 채워져 2부는 마치 수업을 듣는 듯 하다. 그런데 이런 좋은 뉴스의 시청률이 안습이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보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시청률은 많이 저조ㅜㅜ​대체 왜...​이 나라는 정말 답이 없다...​ 아무리 공중파가 아니라지만 그래도 그래도 너무나 안타까운 격차다.....이렇게 좋은 뉴스를 2%도 안되는 사람들이 보고 있다니 kbs뉴스와는 무려 15%나 차이난다..ㅜㅜ

다들 뉴스룸 보세요 손석희 아저씨의 멋진 브리핑(멋진 외모는 덤>_<)과 공중파에선 보고 들을 수 없는 단독취재뉴스들(공중파 3사에서 볼 수 없는 뉴스들 많아요 많아~~)과 쉽고 재미난 정치와 사회 수업이 있는 곳 뉴스룸 ㅠㅠㅜㅜㅠㅠㅠㅠㅠ

jtbc뉴스룸이 없었으면 아마 난 뉴스다운 뉴스가 무엇인지, 제대로 된 언론이 어떤건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뉴스를 보고 나서는 다른 뉴스를 볼 수가 없다. 아마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한번 뉴스룸을 시청하신 분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뉴스든 거짓을 전달하는 뉴스는 없다. 하지만 그건 최소한의 언론정신이지 언론다운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이걸 뉴스룸을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가끔 공중파 뉴스를 보게 될때면, 모든 뉴스가 사실을 전달해도 이렇게 다르게 받아질 수도 있구나, 이래서 언론이 무서운거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된다.


jtbc뉴스룸을 보기 시작했을때 정말 좋은 뉴스를 볼 수 있어 정말 많이 기뻤다. 하지만 씁쓸함도 컸다. ​​그동안 내가 봤던 뉴스들은 뭐였단 말인가.​ 마치 느끼하다는 이유로 컵케잌을 안 먹었는데 어쩌다 먹게된 비싼 컵케잌이 엄청나게 맛있을때 느끼는 쓸씁함이랄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동안 내가 먹었던 컵케잌들은 뭐였던 말인가.​ 컵케잌이 정말 맛있는 음식이라는 걸 알게 해준 ㅎㅁ와 좋은 뉴스를 알게 해준 jtbc뉴스룸의 모든 분들께 크나큰 감사함을 느낀다.ㅜ


.............그런데.........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는 앵커브리핑을 포스팅할 계획이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뉴스룸 칭찬을 하다보니 주객전도가.....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포스팅하려고 했던 주제는 보너스로 올리고 마쳐야겠다.



​가족에게 건넬 바스락거대는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퇴근했지만 다정한 말 한마디보단 무뚝뚝하고 엄하기만 했던 전통적인 아버지상. 그건 어쩌면 생계를 짊어지고 가는 자의 외로움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말이 어찌나 먹먹했는지 어릴적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실때면 가끔씩 과자나 귤이 담긴 까만 비닐봉지를 가지고 오셨는데 그땐 그게 세상에서 제일 큰 행복이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



하루 중 아빠와 노는 시간 6분. 하루는 24시간 집 밖에 있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6분이라는 수치에 정말 서글퍼졌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삶. 저녁이 없는 삶. 참 퍽퍽하고 씁쓸한 사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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